필요한 돈이 예금의 일부이고 몇 달 안에 갚을 수 있다면, 예금을 유지하고 예금담보대출을 쓰는 편이 만기 때 남는 이자가 많습니다. 대출 기간이 길어지거나 가산금리가 크거나 중도해지이율이 약정금리에 가까우면 일부해지가 나을 수 있습니다. 비교는 세 경우의 만기 시점 세후 이자를 같은 조건으로 계산하면 됩니다.
예시 상황: 비상금 일부를 1년 정기예금에 넣어 둔 직장인
예시로 드는 사람은 생활비 몇 개월 치를 비상금으로 모으고, 그중 당장 쓸 일이 적은 몫을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어 둔 직장인입니다. 수시입출금 통장에는 한두 달 치만 두고, 나머지는 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예금에 넣어 둔 구조입니다. 그런데 가입 6개월 차에 차량 수리비와 가족 병원비가 겹쳐 300만원이 필요해졌고, 수시입출금 통장 잔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두 달 뒤에 상여금이 들어올 예정이어서 그때 메울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때 고를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정기예금을 만기 전에 해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금을 그대로 두고 그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입니다. 묶어 둔 비상금을 어떤 방법으로 꺼내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므로, 아래에서 같은 조건으로 계산해 비교합니다.
두 선택지의 비용은 계산 방식이 다릅니다
정기예금을 만기 전에 해지하면 약정금리 대신 중도해지이율이 적용됩니다. 중도해지이율은 보통 예치 기간이 짧을수록 낮게 정해지며, 구체적인 수준은 상품설명서와 약관에 경과 기간별로 적혀 있습니다. 따라서 중도해지 비용은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약정금리로 받았을 이자와 중도해지이율로 받는 이자의 차이가 첫째입니다. 해지한 뒤 남은 돈을 금리가 더 낮은 통장에 두면서 생기는 차이가 둘째입니다.
예금담보대출은 예금을 해지하지 않고 그 잔액 범위 안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입니다. 대출금리는 해당 예금의 금리에 일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정하는 경우가 많으며, 가산 폭과 대출 가능 비율은 금융회사와 상품마다 다릅니다. 이 방식의 비용은 빌린 금액과 빌린 기간에 비례하므로, 곧 갚을 수 있는 돈이라면 비용이 작아집니다. 그동안 예금은 만기까지 약정금리를 그대로 받습니다.
세금도 함께 봐야 합니다. 2026년 10월 현재 일반과세 기준으로 예금이자에는 이자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를 합쳐 15.4%가 원천징수되므로, 만기까지 유지해 받는 이자도 세후로는 줄어듭니다. 비과세·세금우대 계좌는 적용 세율이 다르고 세율은 세법 개정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가입한 금융회사의 과세 구분 안내를 확인합니다. 반면 개인이 생활 자금으로 빌린 대출의 이자는 세금에서 빼 주지 않습니다. 정확히 비교하려면 예금 쪽은 세후 이자로, 대출 쪽은 낸 이자 그대로 계산합니다.
같은 가정으로 비교한 만기 시점의 이자
같은 가정에서 비교하면, 필요한 돈이 예금의 일부이고 곧 갚을 수 있을수록 예금담보대출 쪽에 만기 때 남는 이자가 많습니다.
가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기예금 1,000만원, 1년 만기, 약정금리 연 3.0%, 가입 후 6개월 경과, 이 시점의 중도해지이율 연 1.0%, 예금담보대출 금리 연 4.0%(예금금리에 1.0%포인트를 더한 값), 수시입출금 통장 금리 연 2.0%입니다. 필요한 돈은 300만원이고, 두 달 뒤 상여금 300만원으로 갚거나 다시 채웁니다. 세 경우 모두 만기 시점에 원금 1,000만원이 다시 모이도록 맞춘 뒤, 그때까지 생긴 이자를 세전 기준으로 비교합니다.
- 선택 A, 전액 중도해지: 해지 이자가 5만원(1,000만원×1.0%×6/12), 남은 700만원을 수시입출금 통장에 6개월 둔 이자가 7만원, 상여금 300만원을 4개월 둔 이자가 2만원입니다. 합계는 약 14만원입니다.
- 선택 B, 예금담보대출 300만원을 2개월 사용: 예금 만기 이자로 30만원을 받고 대출이자로 2만원(300만원×4.0%×2/12)을 냅니다. 순이자는 약 28만원입니다.
- 선택 C, 300만원만 일부해지: 일부해지가 가능하고 나머지 금액에 약정금리가 유지되는 상품이라고 가정합니다. 해지분 이자 1만5천원, 남은 700만원의 1년 이자 21만원, 상여금 300만원의 4개월 이자 2만원을 더해 약 24만5천원입니다.
이 가정에서는 B가 A보다 약 14만원, C보다 약 3만5천원 많습니다. 예금이자에 15.4%를 적용해 세후로 다시 보아도 순서는 바뀌지 않습니다. B는 약 23만3,800원(세후 만기 이자 25만3,800원에서 대출이자 2만원을 뺀 값), C는 약 20만7천원, A는 약 11만8천원이 됩니다.
이 계산은 실제 상품의 금리나 조건이 아닌 가정값으로 만든 것이므로, 결론보다 계산 순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내 예금의 약정금리, 상품설명서에 적힌 경과 기간별 중도해지이율, 금융회사가 안내하는 대출금리를 넣으면 같은 방식으로 세 경우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계산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조건
대출을 오래 쓰거나 가산금리가 크거나, 중도해지이율이 약정금리에 가깝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B의 비용은 대출 기간에 비례해 늘어납니다. 위 가정에서 300만원을 빌리면 한 달에 약 1만원의 이자가 생기므로, 갚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C와의 차이가 줄어듭니다. 가산금리가 크면 같은 기간에도 이자가 더 많이 나옵니다. 상여금처럼 갚을 돈이 들어올 날짜가 분명한 지출인지, 소득 공백처럼 언제 메울지 모르는 지출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A의 손해는 중도해지이율이 약정금리보다 얼마나 낮은지에 달려 있습니다. 상품에 따라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중도해지이율이 약정금리에 가깝게 올라가도록 설계된 경우도 있으므로, 경과 기간별 표를 확인하면 해지가 생각보다 덜 손해일 수 있습니다. 필요한 금액이 예금 전체에 가까운 경우에는 대출 가능 비율에 걸리거나 이자 부담이 커져 담보대출의 장점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대출이라는 점도 따로 따져야 합니다. 대출 실행 내역이 신용정보에 반영되는지와 그 영향은 금융회사에 확인합니다. 중도상환 조건이나 예금 만기 때의 처리 방식도 금융회사마다 다릅니다. 금액 차이가 몇만원 수준이라면 이런 절차상의 부담까지 고려해 더 단순한 쪽을 고르는 것도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다음 예금부터는 꺼내는 단위를 미리 나눠 둡니다
비상금을 예금에 둘 때 금리와 함께 꺼내는 단위를 설계해 두면 다음번 선택이 쉬워집니다. 위 비교에서 C가 A보다 크게 유리했던 것은 필요한 만큼만 해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부해지 기능이 없는 상품이라면 1,000만원을 한 계좌에 넣는 대신 250만원씩 네 계좌로 나눠 넣는 방법이 있습니다. 300만원이 필요할 때는 두 계좌(500만원)를 해지해야 하므로 필요한 금액보다 200만원이 더 해지되지만, 나머지 두 계좌는 약정금리를 유지하므로 전액 해지보다는 손해가 작습니다. 계좌 단위를 더 잘게 나눌수록 필요한 금액에 가깝게 해지할 수 있습니다. 만기를 몇 달씩 엇갈리게 두면, 곧 만기가 돌아오는 계좌가 있을 때 해지하지 않고 잠시 기다리는 방법도 생깁니다.
상품을 고를 때 비교할 항목은 금리 하나가 아닙니다. 전국은행연합회 누리집의 금리 비교공시에서 금리 수준을 확인한 뒤, 개별 상품설명서에서 중도해지이율, 일부해지 가능 횟수, 예금담보대출 가능 여부와 가산금리를 함께 확인해 두면 됩니다. 이 정보를 비상금 메모에 적어 두면 급할 때도 차분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금을 여러 금융회사에 나눠 둘 때는 보호 한도도 함께 봅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운영하는 예금자보호 제도는 2025년 9월 1일부터 같은 금융회사 기준으로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억원까지 보호합니다. 같은 금융회사에 대출이 있으면 예금과 대출을 상계한 뒤 보험금이 정해질 수 있습니다.
메모: 확인할 것
급하게 돈이 필요해지기 전에 아래 숫자를 확인해 두면 계산 준비가 끝납니다. 각 항목은 가입한 금융회사의 상품설명서, 약관, 앱의 상품 안내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내 정기예금의 약정금리와 만기일을 적어 둡니다.
- 상품설명서에 적힌 경과 기간별 중도해지이율 표를 확인합니다.
- 일부해지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몇 번까지이고 남은 금액에 약정금리가 유지되는지 확인합니다.
- 예금담보대출의 대출금리와 대출 가능 비율을 확인합니다.
- 필요한 돈을 언제 갚거나 다시 채울 수 있는지 상환 예정일을 정해 봅니다.
숫자가 확인되지 않는 항목은 금융회사 창구나 고객센터에 문의한 뒤 계산에 넣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특정 상품의 가입이나 대출 이용을 권유하지 않습니다.